영화 리뷰

미세먼지가 바꿔버린 세상-인 더 더스트

잘자라는스투키 2021. 5. 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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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더스트는 2018년 개봉된 프랑스 영화입니다. 한국에서는 2018년 제22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개봉했습니다. 유명한 프랑스 배우 로망 뒤리스가 주연이며, 생명에 치명적인 미세먼지를 덮친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지는 한 가족의 사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1. 등장인물

마티유(로망 뒤리스)

선천적인 호흡기 질환인 스팀 베르거 증후군을 가진 딸 새라를 위해 모든 것을 시도하는 헌신적인 아버지입니다. 그는 언젠가는 딸 새라가 병을 이겨내고 캡슐 밖을 자유롭게 뛰어다닐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취직도 마다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 위해 캐나다에까지 다녀옵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앞에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끔찍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나(올가 쿠릴렌코)

마티유의 아내이며, 새라의 엄마입니다.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안나 또한 새라를 끔찍이도 사랑하고 위하지만, 그녀는 그저 캡슐 안에서 새라가 안전하게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새라(팡팅 아흐뒤엥)

마티유와 안나의 어린 딸입니다. 최근 태어난 아이들에게 유행하는 스팀 베르거 증후군이라는 선천적인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기정화 기능이 있는 인큐베이터 캡슐 안에서 평생 갇혀 지내야 하는 신세입니다. 덕분에 새라는 수업도 온라인으로 듣고, 친구도 화상채팅으로 사귀는 등 캡슐에서 모든 생활을 하고 있지요. 모든 게 다 갖춰진 캡슐 안이지만 새라는 모든 게 답답할 뿐입니다.

 

노아

새라의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친구입니다. 화상전화로 새라와 친하게 지내지요.

2. 줄거리

희귀병에 걸린 딸 새라를 위해 캐나다에서 치료법을 찾다가 파리로 돌아온 마티유는 생각지도 않았던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유럽에서 출발한 진도 6.7의 강력한 지진이 파리를 뒤흔든 뒤, 마치 연기처럼 거대한 미세먼지가 도심을 채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미세먼지는 심지어 매우 인간에게 치명적이라 닿기만 해도 파리의 인구 60퍼센트가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데요. 심지어 없어지지 않고 계속 불어나기까지 합니다. 파리의 사람들은 모두 이 미세먼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층부로 도망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주인공 마티유와 안나의 사랑하는 딸 새라는 호흡기 질환 때문에 집 안의 캡슐에 갇혀 있다는 것입니다. 캡슐의 공기정화기능을 유지하는 배터리는 계속 닳아만 가고, 미세먼지는 점점 위로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결국 마티유와 안나는 사랑하는 딸을 살리기 위해 미세먼지 속으로 뛰어 들어가 목숨을 건 사투를 하게 됩니다.

3. 감상평

인 더 더스트는 재난영화의 법칙을 잘 따른 영화입니다. 요새 시의적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는 미세먼지를 이용한 시나리오라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미장센도 프랑스 영화답게 동화적이라고 할 정도로 환상적이죠. 극 곳곳에 배치된 딸을 향한 절절한 가족애나, 적절한 정도의 긴장과 스릴도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결말은 조금 허탈했지만요. 일부러 반전을 노린 것 같다고 할 까나요. 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그저 그런 킬링타임용 재난 영화로 치부하기에는 조금 아까운 것 같습니다. 허무하긴 하지만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결말이었으니까요. 시간이 흘러가면서 세대는 교체되고, 어느 순간 세상은 급변합니다. 파리를 점령한 매캐한 미세먼지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마티유가 오직 새라의 치료법에 몰두하는 사이, 그러니까 사람들이 당장 오늘내일만 신경 쓰는 사이 세상은 지진처럼 혁명이 시작되어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구세대의 사람들은 슬프게도 더 이상 변화된 새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세상이 임계점을 넘자마자 빠르게 구세대는 대응할 사이도 없이 침몰합니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도망치지 못한다면 60퍼센트의 파리 시민들처럼 도태되어 버리는 것이겠지요. 마티유 또한 세상의 위험 속에서 새라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통제에 가까운 과보호를 했었는데요. 그런 그는 오히려 자신이 캡슐 속에 갇히고 맙니다. 이는 마치 신 문명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쳐져버려, 이제는 보호의 대상이 되어 버린 옛 세대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은데요. 마티유의 보살핌의 대상이자 약자였던 새라는 오히려 인큐베이터 캡슐이라는 알에서 깨어나 새로운 세대의 신인류가 되었습니다. 이제 약자의 자리에는 마티유가 자리 잡고 있지요. 참 씁쓸한 반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듯 세상에는 언제나 새로운 새라가 태어나고, 또 다른 마티스가 죽어가겠지요.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 요즘 시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 인 더 더스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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