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누구나 길을 건너야 할 때가 온다-크로싱 헤네시

잘자라는스투키 2021. 4. 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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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싱 헤네시는 영화 친밀로 데뷔한 안서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며, 소소하고 아름다운 홍콩을 배경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유명한 홍콩 출신 가수이자 배우인 장학우와 색계로 스타가 된 탕웨이가 출연하여 화제가 된 로맨스 영화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1. 등장인물

아라이(장학우)

41살의 노총각입니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일하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냅니다. 잠이 많고 게으른 편입니다. 느긋하고 장난스럽습니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취미입니다. 어릴 적부터 사귀었던 여자 친구가 10년 전 자신을 버리고 부자와 결혼한 이후로 다른 여자와 사귀고 있지 않습니다.

 

아이렌(탕웨이)

20대의 평범한 여성입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잃고 이모부의 욕실자재 판매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도 성실히 잘하고 조용하며 추리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무뚝뚝한 편이며 고집이 셉니다.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폭력적인 남자 친구 아쉬를 사랑하고 뒷바라지하고 있습니다.

 

아쉬(안지걸) 아이렌의 폭력적인 남자 친구입니다. 잘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자신의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주먹부터 나가는 사람입니다. 아이렌과 처음 만난 것도 아이렌이 버스에서 치한에게 성추행을 다했을 때 나서서 폭력으로 해결한 일 때문입니다. 덕분에 영화 초반부터 구치소에 갇혀있는데요, 아이렌의 도움으로 변호사 선임비를 내었으며, 구치소를 나와서 살 집도 얻습니다.

 

아라이의 옛 여자 친구(장가이)

아라이의 옛 여자친구입니다. 사진작가이며, 부자 남편과 이혼한 위자료로 고급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연락이 없다가 이혼한 후에서야 아라이에게 연락을 합니다. 아직까지 아라이를 잊지 못했다며, 아라이만큼 편안한 사람은 없었다고 하는데요. 옛정을 빌미로 아라이를 이곳저곳 야무지게 써먹는 여자이기도 합니다.

 

아라이의 엄마(포기정)

아라이의 엄마입니다. 굉장한 언변으로 상술이 뛰어납니다. 가전제품 판매점을 운영합니다. 자신이 언제나 주인공이 되어야 되고, 주목받아야 합니다. 덕분에 미용이나 자신을 가꾸는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굉장히 독선적이고 주변을 통제해야 하는 인물로 장가갈 생각이 없는 아라이가 답답하기만 합니다.

2. 줄거리

아라이와 아이렌은 갑작스럽게 집안끼리 결정한 맞선 자리에서 만납니다. 아이렌은 이미 남자 친구가 있고, 아라이는 예전 여자 친구 때문에 연애할 마음도 없는데 갑자기 맞선이라니,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심지어 둘은 나이 차이도 심하게 나는 편이지요. 덕분에 어렵게 마련한 맞선 자리에서 어른들끼리만 대화할 뿐 아라이와 아리엔은 대화도 일절 하지 않습니다. 어른들끼리의 담합으로 억지로 만난 애프터 자리에서도 아이렌은 오히려 아라이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며 먼저 말해버립니다. 맞선은 물론 여자들에게도 별로 관심 없던 아라이 또한 이를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도 10년 전의 전 여자 친구를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편하게 만나는 둘인데요. 추리소설이라는 관심사가 있던 둘은 결국 이를 계기로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됩니다. 가족을 잃고 믿고 의지할 사람 없이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던 아이렌도 결국 아라이 앞에 미소를 짓게 되지요. 하지만 둘이서 깊게 만나고 있다고 착각한 어른들은 몰래 결혼식을 따로 준비합니다. 이 사실을 듣게 된 아이렌은 아라이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여 화를 내고 떠납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아라이는 자신의 앞에서 고상하게 웃는 전 여자 친구보다도 자신에게 환하게 웃어주던 아이렌이 왠지 모르게 계속 생각나기 시작합니다.

3. 감상평

로맨스의 느낌은 솔직히 없습니다. 감정선은 불친절하기 그지없죠. 제가 보기에는 썸도 거의 못 탄 것 같은데, 아라이는 갑자기 아이렌을 사랑한다고 말하니까요. 오히려 나이만 먹었지 속은 아직 어린아이만 같은 주인공 아라이의 성장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라이는 41살이나 먹었지만 아직도 어머니와 함께 살며 어머니 가게에 일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대충대충 해서 늘 실수를 하고요. 매일같이 늦잠을 자는 건 기본입니다.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두려워하지 못합니다. 죽지 못해 사는 전형적인 회피형 캐릭터죠. 그런 그에게도 꿈은 있었습니다. 경찰이 되는 것이었는데요. 죽은 아버지가 반대하여 어쩔 수 없이 꿈을 접고 추리 소설 읽는 것으로 겨우 만족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그런 그는 추리소설조차도 대충 읽습니다. 어차피 대부분 똑같은 플롯의 졸작이며, 일정 부분쯤 읽고 나면 범인을 대충 알아차린다는 데요. 굉장히 회의적이죠. 그렇다면 아라이는 왜 추리소설을 읽는 걸까요? 아니, 아라이는 자신의 망해버린 인생의 결말도 짐작했던 걸까요? 그는 10년 전 자신을 버리고 결혼했던 여자 친구가 돌아오자,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되는데요. 그녀를 잊지 못해 이제껏 아무도 만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다만 결혼이라는 책임을 지기가 싫어 도망쳤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수면 과다는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인데요, 언제나 회피하면서 자신의 삶을 통제하지 못하던 아라이는 아버지의 임종 순간 조차 늦잠 때문에 지키지 못한 한심한 자신이 싫어서, 부족한 자신으로부터 계속 도망만 쳤던 것입니다. 우스꽝스럽고, 장난스럽기만 했던 아라이의 표정이 슬프게만 느껴지는데요. 마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짓처럼 보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많죠. 저도 정말 많이 공감했는데요. 시공간은 다르지만, 이처럼 회피성 방어기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픔입니다. 그런 아라이는 아이렌을 만나고 난 이후,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는데요. 아쉬가 때리자 지갑까지 내어주며 지질하게 맞지만, 절대 도망치지 않죠. 그리고 말합니다. "나는 그녀를 웃게 할 수 있어." 그리고 어머니가 결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게 되자, 그도 헤네시 로드를 건너 자신의 삶을 찾으러 떠나게 됩니다. 과연 그는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을까요? 세련된 도시의 모습과 개성 있는 구시가지의 모습이 뒤섞인 아름다운 완차이 지구. 이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두 소시민 남녀의 소박한 이야기, 크로싱 헤네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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