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는 가졌지만 사랑은 가지지 못한-동방불패
중국 무협소설 작가인 김용의 소설 소오강호가 원작으로, 홍콩 무협영화의 명작으로 유명합니다. 남성성과 힘을 맞바꾸어 천하무적이 된 동방불패는 무림 제패를 꿈꾸지만, 화산파의 수제자인 영호충과 마주치게 되면서 그의 원대한 계획은 무너지고 맙니다.
1. 등장인물
영호충(이연걸)
화산파의 수제자였습니다. 총명하고 영리하며, 무공이 상당히 센 편입니다. 의리가 있고 관대한 것이 대장부답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따릅니다. 그러면서도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자유로운 성격입니다. 또한 격식을 따지지 않아 다양한 사람들과 우애 깊게 지냅니다. 하지만 정이 깊어 감정적으로 사건에 달려들기 때문에 많은 사건을 만들어냅니다.
동방불패(임청하)
묘족 출신으로, 무림의 3대 기서인 규화 보전을 얻은 마교 일월 신교의 교주입니다. 원래는 교주의 남동생이었지만, 규화 보전으로 강력한 힘을 얻자 형인 임아행을 밀어내고 교주가 되었습니다. 또한 일본인들과 손을 잡고 조정에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매우 냉정하고 차가운 성격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성격이지요. 그렇지만 규화 보전은 강력한 무술이지만 규화 보전을 익히게 되면 몸이 여성화가 됩니다. 그래서 남자였던 동방불패 또한 점점 여성처럼 변해 갑니다. 영호충에게 끌리는 자신을 보며 자신이 마음조차 완전히 여성화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죠.
장시시(여안안)
동방불패의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애첩입니다. 그래서 동방불패가 매우 아끼는 규화 보전도 시시의 몸안에 있을 정도입니다. 동방불패가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그 뒤로 동방불패의 마음이 점점 자신에게서 떠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임영영(관지림)
옛 일월 신교 교주 임아행의 딸입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일월 신교 교주의 딸답게 강력한 무술을 사용합니다. 영호충을 매우 좋아하고 있습니다.
악 영산(이가흔)
영호충과는 친남매 같은 사이입니다. 사내처럼 분장을 하고 영호충과 함께 다닙니다. 말괄량이이며, 귀여운 매력을 가진 여성입니다. 악 영산 또한 영호충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임아행(임세관)
옛 일월 신교의 교주로, 자신을 배신하고 감옥에 집어넣은 동생 동방불패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합니다. 동생만큼 잔인무도한 성격입니다.
2. 줄거리
신종 22년, 명나라는 혼란에 빠진 상태입니다. 일월 신교 교주의 동생 동방불패가 규화 보전이라는 고대 비전을 얻자, 형인 임아행을 배신하고 일본과 손을 잡아 중원을 제패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화산파의 제자 영호충이 친구들과 강호를 떠나 유랑하던 와중, 일월 신교 교주의 딸인 임영영을 찾으러 가다가 우연히 동방불패를 만나게 됩니다. 그저 말 못 하는 아름다운 아가씨인 줄만 아는 영호충은 아무런 두려움 없이 순수하게 호감을 표하는데요. 온통 적밖에 없는 고립무원의 동방불패로서는 이러한 아이 같은 영호충의 호감이 기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아니, 점점 그를 애틋하게 여기게 되는데요. 남성을 버리고 힘을 얻는 규화 보전으로 인해 점점 여자가 되어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는 결국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영호충을 만나다가, 그를 위험에서 구하려 하기까지도 하는데요. 남자였지만 지금은 여자가 된 천하무적의 동방불패와, 천진난만한 무림 청년 영호충. 과연 둘의 만남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3. 감상평
동방불패를 처음 봤을 때가 떠오릅니다. 강렬할 빨간색 눈꺼풀의 신비롭고 아름답던 임청하는 어린 저에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스토리 상으로는 남자라는데 아무리 봐도 정말 아름답고 카리스마 있는 여자였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칼도 권법도 아닌 실과 바늘로 단숨에 적을 제압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아름답고 환상적인 음악까지 한몫했지요. 음악 사이로 영호충과 함께 술을 마시던 동방불패는 너무나 고혹적이었습니다. 영호충을 애틋이 여겼지만 영호충에게 진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던 동방불패의 마음조차 너무 안타까웠었어요. 자신의 애인이었던 시시를 대신 그에게 보냈을 때, 그 마음은 어땠을까요?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을 것 같습니다. 혹자는 동방불패가 여자가 되어 영호충에게 끌린다 하였지만, 제가 보기에는 자신을 동방불패도, 남자도, 여자도 아닌 인간 그 자체로 봐준 영호충에게 호감을 느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냉정하고 무서운 동방불패라고 하지만 그도 사랑받고 싶은 한 인간이니까요. 하지만 끝까지 그는 동방불패로서의 자신과 영호충을 사랑하는 자신 사이에서 번민합니다. 그런 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결국 비극에 다다르는데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애달픈 사랑을 차마 말하지 못하던 동방불패의 마지막 한마디가 아직도 귓가를 맴돕니다. "당신이 평생 후회하도록 절대 말해주지 않겠어."